영화/드라마/연예 2018-09-13 05:12:00

서구로 영역 확장하는 일본 아니메, 아니메의 관대함과 사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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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아 기자
▲미레이 밀레니엄은 말레이시아인 대니 추가 제작해 화제가 됐다(출처=플리커)

일본 애니메이션을 지칭하는 아니메와 서구 애니메이션. 이 두 만화영화는 수많은 팬층을 거느린 채 때로는 경쟁하면서 때로는 비판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서구권에 이제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려는 아니메 산업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아니메의 팬들은 아니메가 가진 고유한 '관대함'이 녹아있는 테마와, 특유의 '사실주의'를 가장 큰 개성으로 바라보지만, 이에 반하는 견해들도 많다. 아니메가 가진 개성이란 과연?

아니메, 서구권의 주류 될까

미국의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급사인 프레더레이터 스튜디오는 최근 '겟 인 더 로봇(Get in the Robot)'이라는 첫 비디오 아니메 클럽을 런칭했다. 업체는 이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팬들에게는 아니메를 소개하는 역할을 그리고 기존 팬들에게는 더욱 재밌는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미디어 매체인 게임스팟이 아니메 제작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니메란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서구권, 특히 애니메이션 산업이 활발한 미국 내에서 일본 아니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사회에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형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는 관계없이, 여전히 서구권 내 아니메 팬층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레더레이터의 제레메 로젠 프로그래밍 및 네트워크 부분 부사장은 아니메를 좋아하는 열렬한 팬들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이들은 서양 대중 문화에 성공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로젠 부사장은 또 향후 몇 년간 아니메가 서구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주류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프레더레이터의 이런 행보는 서구권 내 아니메의 인기를 대변한다. 로젠은 더 많은 스튜디오들이 자사의 정기 쇼 프로그램에 아니메를 포함시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대표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인 네오 요키오를 방영하고 있는데, 이 쇼는 어린 청소년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게임스팟은 이외에도 데스노트를 리메이크한 미국판 버전과 원펀치 맨과 같은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인기도 급상승 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캐슬바니아는 최초로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 등급을 받은 게임기반 애니메이션이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캐슬바니아는 넷플릭스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출처=넷플릭스 오피셜 홈페이지)

아니메가 지닌 테마 '관대함'

본질적으로 시청자들은 일본의 아니메와 서구권의 애니메이션이 주제나 캐릭터, 캐릭터 묘사 등의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는 최근 열렸던 아니메 뉴스 네트워크 포럼에서도 논의된 바 있는데, 가령 아니메의 경우 폭력적인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더 관대하고 자비로운 주제에 집중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는 아니메가 특정 시청자 집단이 아닌 모든 연령층을 총족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이에 우정이나 사랑을 비롯해 전쟁과 죽음, 심지어 폭력과 같은 기본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이것에 관한 논의와 토론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 죽음과 폭력와 같은 테마는 대부분 아니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테마의 아니메는 점차 인기를 얻으며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이러한 특징은 아니메에서의 단순한 구성이나 삶의 이야기를 탐구하는데 필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얼핏보면 스토리 역시 비교적 단순하고 수수한 편이다. 이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이웃집 토토로'에서 잘 엿보인다. 이 만화는 시골로 이사온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어린 두 자매가 숲의 요정인 토토로를 만나 겪는 환상적인 경험을 그렸다. 이외에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다룬 '너의 이름은'. 그리고 고교생들의 감정을 심층있게 다룬 '토라도라' 등이 있다.

이들 작품에는 모두 비슷한 패턴이 존재한다. 단순한 스토리라인과 복잡한 인물 및 인물 관계 발달 구도라는 점이다. 아니메 산업에서의 관대함과 자비로움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런 구도에서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 조각은 관객에게 따뜻한 내러티브를 선사하며 말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반면 어둑 진지한 내용에서는 어두운 색조와 테마로 역시 관객들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기술적 요소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아니메와 서구 애니메이션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아니메는 항상 똑같아 보이고 현실감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하는 것.

이와 관련해 데일리 유타 크로니클은 사실주의라는 문제 측면에서 볼때 실제로 무엇이 현실적이고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니메 팬들이라면 자연 경관과 배경에서 풍기는 예술적 감각을 통해 아니메에서도 사실주의가 존재한다고 강조할 것이고, 서구 애니메이션 팬들은 사실적인 캐릭터의 움직임을 통해 정확성이 입증되야 한다고 말 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앞서 언급됐던 아니메 뉴스 네트워크 포럼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아니메가 생기있는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승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히려 애니메이션 업계를 지배하는 디즈니의 캐릭터들은 마치 고무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각각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고유의 특성과 개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그들의 입장에서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들에게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모노노케 히메'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한 인물과 배경에서 모두 사실적인 이미지를 얻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현실적인 움직임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아니메와 서구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사실주의에는 차이가 있다(출처=플리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여기에는 관객 대다수가 고려하지 않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영향을 끼치는 제작비 등의 금전적 요소다. 가령 최근 발표된 '목소리의 형태'의 경우에서는 인물의 움직임이 꽤 중요하게 나타났다. 이 작품에서 이러한 특징이 엿보일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교토 애니메이션의 유급 직원으로 일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레임 당 작업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받았는데, 이러한 시간적 여유는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창조물의 예술적 한계를 탐구하고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이같이 섬세한 예술을 위해 더 많은 제작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프레임의 품질에 따라 급여를 지불하는 프리랜서 아티스트들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제한된 자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관행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매년 새로운 아니메를 보기위한 팬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작업들이 많아져, 애니메이터들이 온전히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공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일년 내내 작업해야 완성되는 심슨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아니메가 가지고 있는 주요한 테마와 그를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기법 등은 명백히 디즈니나 픽사 같은 서구를 지배하는 애니메이션 산업과는 다르다. 이런 요소는 각각의 애니메이션에 나름대로의 생동감과 감동을 불러넣어주는 고유의 특성이다. 물론 팬들은 자신이 더 선호하는 특징을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을 선호할 것 이다.

현대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전세계를 넘나드는 매우 인기있고 잠재성있는 산업이다. 어떤 것이 더 우월한지에 대한 논쟁을 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선택해 즐겁고 감동어린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