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연예 2018-06-29 04:22:00

배트맨 시리즈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배트맨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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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기자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는 여전히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출처=플리커)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Batman: The Animated Series, 배트맨 TAS)는 처음 방영된 지 거의 2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고담시의 망토를 입은 크루세이더인 배트맨의 이야기를 그려낸 최고의 애니메이션 각색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매주 토요일에 방영되었던 이 시리즈를 좀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 보면,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였던 90년대에 일반적인 만화와는 다르게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다양한 시청자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트맨 팀(The bat-team)

“내 경험으로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감독이 되어 제작한 작품이다. 가끔 애니메이션이 이 팀 혹은 저 팀에서 제작되기는 하지만 제작진들의 조화는 이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캐스팅 디렉터 안드레아 로마노(Andrea Romano)가 배트맨 애니메이션 성공의 숨은 주역인 캐스팅팀, 제작팀과 함께 일했던 것은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대답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너디스트(Nerdist.com)의 보도에 따르면, 다크 나이트를 각색한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자 브루스 W. 팀 ▲프로듀서 겸 애니메이터 폴 디니 ▲작가 앨런 버넷 ▲프로듀서 에릭 라돔스키 ▲캐스팅 감독 안드레아 로마노 ▲배트맨 역의 배우 케빈 콘로이 ▲로빈 역의 로렌 레스터 ▲배트걸 역의 타라 스트롱과 함께 작품 기념회에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로 참석한 팀은 자신과 제작팀이 65개의 에피소드가 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하며 얼마나 긴장했는지 말했으며, 작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에피소드가 누락되는 일이 없지는 않은지 우려했다고 했다. 또한 ‘과연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팀이 언급한 애니메이션의 오락적인 면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투 페이스(Two-Face)’라고 불리는 빌런이 된 정치적 인물 하비 덴트(Harvey Dent)의 이야기를 다룬 편이다.

팀은 “우리는 매 에피소드를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하트 오브 아이스(Heart of Ice)’나 ‘투 페이스’와 같은 에피소드의 스크립트를 받아 봤을 땐 정말 숨이 멎었다”라고 밝혔다.

‘투 페이스’는 극적인 예술표현으로 하비 덴트를 배트맨의 인기 빌런으로 손꼽히게 했으며, 에미상을 받은 ‘하트 오브 아이스’는 전통적인 빌런을 보여주는 만화책의 스토리텔링 방식에 인간미를 더해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런 뛰어난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보여주기 위해 앨런 버넷과 작가 마티 파스코는 DC의 배트맨 만화 아카이브를 방문해 1957년부터 1991년까지 발매되었던 모든 만화책을 읽었고, 배트맨 작품이 가진 정체성에 충실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보상을 받았으며, 심지어 배트걸을 연기한 타라 스트롱 조차도 “모든 에피소드는 정말 영화와 같았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내가 자라면서 봤던 만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이제까지 인기를 얻은 이유다”라고 말했다.

인간미를 가진 빌런들

모든 위대한 영웅 뒤엔 더 위대한 빌런이 있다. 적어도 스토리텔링의 세계에서는 더 그렇다.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위트와 잔혹함으로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빌런들을 아낌없이 출연시키고 있으며, 그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요소와 인간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영화 매체 콜라이더(Collider)의 맷 골드버그 기자에 따르면, 시리즈에 나오는 빌런들이 잘 표현된 이유 중 하나는 배트맨과 고담시의 발전을 해치려는 사악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들 역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예로는 Mr. 프리즈(Mr. Freeze)가 있다. 그는 시리즈 시작에 소개된 빌런 중 한 명으로, 진공 상태의 파란색 갑옷과 악당 같은 목소리를 가졌다.

▲배트맨 영화의 유명한 빌런 Mr.프리즈는 진공 상태의 파란 갑옷을 입고 전형적인 빌런의 목소리를 가졌다(출처=플리커)

하지만 처음에 그는 자신의 아픈 부인을 살리기 위해 극저온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었고, 고스코퍼레이션(GothCorp) CEO 페리스 보일이 이 기술로 사용하는 기계를 꺼버려 아내가 죽게 되는 불쌍한 과학자로 나온다.

몇 년 후, 그는 얼음을 사용하는 악당 Mr. 프리즈로 나오게 되지만, 아내의 비극적인 죽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인간이기도 하다.

CBR의 크리스텐 베자(Christen Bejar) 기자는 “배트맨 애니메이션 작가 팀이 악당들의 배경이야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조명하지만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는 선을 넘지 않아 어린 시청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말했다.

뛰어난 그림체와 함께 잘 어우러진 스토리텔링, 그리고 고담시를 훌륭하게 표현한 점이 지금의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의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빌런의 묘사는 넓은 팬층을 보유할 수 있게 된 요인이 되었다.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아마 만화책에서 모든 배트맨 주요작의 배트맨 콘텐츠와 동떨어지게 만든 부분은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을 단일 인격체로 만든 것이며 꼭 그래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은 다른 사람이다. 거의 모든 슈퍼히어로가 숨겨진 정체나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한 사람의 두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영웅들을 1차원적인 것보다 좀 더 복잡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물론 베자의 우려로 인해 이 시리즈의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나 ‘배트맨4-배트맨과 로빈’ 영화에서 최악이었던 배트맨을 넘어섰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그는 브루스 웨인으로서 고담시의 부패한 정부와 자신의 이사회에서 부패를 일삼는 임원과 맞서 싸우고, 배트맨으로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악명 높은 악당들을 무찌른다.

엉뚱함과 심각함의 조화

처음에 대부분 사람은 애니메이션이란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만화라고 생각하겠지만,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타임 슬롯과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등 다른 애니메이션과 함께 묶이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다.

아마 팬들과 비평가들 모두가 이 시리즈에 대해 입을 모아 말하는 한 가지는 모든 에피소드가 엉뚱함과 심각함을 조절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리즈 내내 에피소드는 대사와 스토리라인에서 들을 수 있는 뛰어난 유머와 나이든 시청자를 이끄는 심각한 함축적 의미를 적절히 결합해 보여준다.

이렇게 작가와 제작자가 만든 엉뚱함과 심각함의 적절한 배치는 이 시리즈를 다른 작품과 다르게 명작으로 만들어 주었고, 심지어 게임레볼루션(GameRevolution)의 작가 마이클 레리는 이 작품을 “50년이 넘게 연재된 배트맨 시리즈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레리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DC가 캐릭터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잃지 않았으며, 70년대 혹은 80년대 작품처럼 너무 어둡거나 심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담 웨스트처럼 얼빠져 보이지도 않아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은 누구보다도 고담시를 가장 희망적으로 그려냈다. 비록 도시는 끝없는 밤이라고 불릴 만큼 음울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고담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경찰관들의 노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자는 기사에 이런 부분을 언급하며 작가와 제작자들이 도시의 바쁜 도로 위를 표현하고, 가난하거나 부유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어 고담시를 그저 한 배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